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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2018년의 마지막날 故 임세원 교수님이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피살되었습니다.
위험한 그 순간에 먼저 도망치기보다 간호사와 동료 직원들에게 대피하도록 알렸고, 사고 이후 1년 9개월만에 의사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임세원법이 시행되었지만 2020년 8월 故 김제원 원장님이 환자의 흉기에 숨졌습니다.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에 매진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해소를 위해 앞장서셨던 선생님들을 추모합니다.
또한 이러한 사고로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커지지 않기를 바라며 안전하고 편견없는 치료환경을 소망합니다.

전해야 하는 진심 – 故 임세원 교수 추모영상

故 임세원 교수 2주기 추모영상

故 김제원 원장 추모사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고인이 되신 김제원 원장을 기억하기 위해 추모 순서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김제원 원장은 의원을 개업 한 것이 불과 수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개원의사회에 미처 가입도 못하고 이런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고, 김제원 원장을 잠깐 소개 해드리겠습니다.
고인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강직한 성품의 착한 사람입니다. 옳지 않은 일에는 어떤 한이 있어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 강직함을 가졌고 약한 사람에게는 가진 모든 것을 베풀어 주고 편이 되어 주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품의 사람입니다.
고인은 1979년도 부마사태로 민주화 바람이 휘몰아치던 해에 부산대학교 의예과를 입학 합니다. 스크럼을 짜고 취루탄 가스를 피해 부산 광복동을 뛰어 다니면서 그해 12월을 넘기고 이듬해, 삼엄한 통행금지를 겪으면서 많은 학생들은 집안에서 부모님들의 보호로 일상을 보내고 있을 즈음, 김제원 원장은 독재와 5 18의 부당함을 계속 항의 하다가 옥고를 치르게 됩니다.
그 후 학창시절 내내 지도교수님들의 감시 같은 특별 지도를 받으면서 졸업을 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희생자였고, 또 이 시대 민주화 세력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는 인물 이었습니다. 그러나 혜택 보다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주변에 이름 없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부하고 사용하면서 평생을 살아 왔기에 모아둔 재산도 많지 않습니다.
어떤 이념교육을 받았거나 정치적 편향이 있어서도 아니고 단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었기에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개원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벌써 3년 전에 개원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어야 되는 세월인데도 김 원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같은 건물 업주들이 정신과 치료시설은 혐오시설이고 위험 시설이라는 민원을 넣었고 그것을 이유로 구청과 보건소 심지어 구 의원들까지 나서서 개업을 반대 하고 개업신고는 반려를 당합니다.
우리 동기들은 좀 쉽게 가자고, 입원실을 접거나 위치를 바꾸자고 조언을 하지만 본인은 “ 이렇게 되면 도심에서 정신과 환자들 입원실은 누가 개설 하느냐 ” 라고 하면서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 투쟁을 홀로 합니다. 결국 2년여가 지나서 승소를 하고 개원을 합니다.
어쩌면 민주화 경력 찬스를 꺼내 들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옳지 않은 행정집행과 정신과에 대한 편견에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용기 있는 대응을 택하였고 결국은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인이 되기 불과 열흘 전인 7월 23일, 그동안 격월로 모여 왔던 우리 정신과 의사인 의예과 입학 동기 5인은 그날 모처럼 김제원 원장이 제의한 건배를 들었습니다.
법적 투쟁으로 겨우 개원을 한 후로도 그는 그동안 받은 피해 사실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해 왔었는데, 그날은 피해액 일부 조정만을 남겨두고 승소를 할 것 이라는 마지막 심리를 하고 오는 승리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이제 민사 소송이 끝이 나면 그것을 근거로 형사 소송을 준비 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중인 개인시설에 단전 단수를 하는 등등 그동안 핍박에 가까운 불법적 행위를 해왔던 사람들한테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변호사와 의논까지 마치고 왔다고 하면서 정말 모처럼 밝게 축배를 들며 파이팅을 외쳤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잔이 마지막 잔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허탈하고 황망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정신과와 개원가에 큰 힘이 되어 줄 인물이 개업에 합류하였다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졸지에 떠나 버렸습니다.
아마 지금 김 원장이 우리를 보고 있으면 “여러분들 안전에 특히 신경을 쓰시면서 건강하게 지내시라 ”고 한마디를 할 것 같습니다.
훌쩍 떠나버린 김원장은 너무나 많은 숙제들을 남겨 두고 가신 것 같습니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포함해서 사회의 그릇된 편견과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아야 하는 당당하고 옳바른 의사가 될 것을 주문하고 가신 것 같습니다.
김원장이 남기고 간 모든 것을 유산으로 받아서 우리는 끝까지 노력해 보려 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원이의 40년 지기 친구
김제원 원장, 임세원 교수 추모위원회 공동 부위원장
부산경남 정신과 개원의사회 회장 박성화